식품제조회사 이야기 - 3편 시스템 구축 제안

프롤로그

식품개발연구소 연구원들의 배합비 작성을 포함한 여러 업무를 편리하게 처리해 주고자 시작했던 프로젝트는 이 회사 최고 경영자의 추가적인 요청에 의해 전사적인 혁신과 관련한 시스템 구축이라는 주제로 방대해졌습니다.

 

전산화 관점에서의 컨설팅을 포함한 프로젝트 기획을 담당했던 저로서는 이 회사 최고 경영자에게 왜 전사적인 혁신에 대한 의지가 필요하고 시스템 또한 전사적인 규모로 구축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일부 전사적 시스템 구축이라는 부분에 반대하는 실무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실무부서의  담당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 부서별 담당업무와 다른 부서와의 협업 현황을 분석할 수 있었기에 이 회사에서 필요한 각각의 데이터셋을 정의하고 그들의 관리 도메일을 지정한후 서로 다른 데이터와의 인터페이스 관계를 설정해 가면서 전사적 시스템의 윤곽을 하나씩 잡아갈 수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최고 경영자에게 이렇게 커져버린 시스템 구축 규모에 걸맞는 투자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ROI(Return of Investment)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은 쉽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애초에 계획했던 예산 규모의 3배를 훌쩍 넘기는 규모로 사업규모가 커져버렸기 때문입니다.

1. 식품회사 최고 경영자가 원하는 것은?

잠시 실무적인 시스템 기획과 분석 업무를 내려 놓고 이 회사의 최고 경영자께서는 과연 무엇을 원하실까 하는 관점에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 생각을 정리하는데는 제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식품제조업체의 내부적 현실에서 접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의견들로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1.1 사람이 다 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최고 경영자는 생각 보다 연세가 많으셨습니다. 그 만큼 수십년간 이 회사를 성장시켜 오면서 갖은 우여곡절과 고통의 시간들을 이겨내 오셨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직원으로 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이 분은 "전산화", "효율화" 등의 키워드로 포장될 수 있는 일종의 "제조 혁신" 분야에 큰 관심이 없으셨으며, 오히려 회사의 임직원들이 좀더 자기 회사처럼 애정을 가지고 성실하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 준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점들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일부 부서의 실무자들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어려워하는 점을 보시면 업무가 과중해지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고 그것을 개선하려 하기 보다는 소위 "격려"와 "추가 인원 충원" 이라는 방법으로 임직원을 독려하고 현실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는 선에서 업무의 영속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컸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신 만큼 회사의 조직 및 업무에 대한 급격한 변화를 수용하기 보다는 완만한 변화를 선호하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최고 경영자의 생각은 실제 업무 분석을 통해 알게된  다양한  업무의 현행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아니었습니다. 업무 분석을 통해 찾아낸 개선이 시급히 필요해 보이는 업무의 대부분은 아주 단순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반복적이거나 사람에 의해 인워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것들이 많았으며 이는 실제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담당자를 더 늘리면 해결될 것 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인원이 더 늘어나는 만큼 추가적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또한 개선 되지 않는다면 인원의 투입대비 성과물의 결과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세상 모든 것들은 "사람"의 잠재력에서 비롯되어 해결되고 개선되어져 왔지만, 더 이상 "사람"에 의해 해결되기 쉽지 않는 문제점들 앞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먼저 내려놓지 않는다면 개선 또는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기가 쉽지 않다고 느겼습니다.

1.2 빨리 할 수 있다.

최고 경영자가 발견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혁신하기 위해 전사적 업무 혁신과 그에 맞는 시스템 구축 및 도입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선, 최고 경영자는 "투자"를 했을때 "결과"가 빨리 나온다는 착각을 많이 합니다. 항상 경영 일선에서 투자 대비 수익이 과연 얼마만큼의 규모로 얼마나 빠르게 회사로 돌아올 것인가를 신경쓰시다 보니 당연 그럴 수 있을것 같다는 부분에서는 공감되나, 실제 평생을 식품제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분들이시다 보니 "전산화" 또는 "시스템화"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셨고, 어느 정도 투자만 해주면 당연히 그 결과는 몇달 내로 본인이 확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오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기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 블로그를 통해 기술하는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회사는 상용ERP을 즉시 도입하여 배포하고 바로 현업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고, 식품제조회사의 고유한 특성에 맞고 또 이회사만의 자체적인 업무 플로우에도 잘 어울리는 어떤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마치 시중의 어떤 패키지ERP를 도입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오해를 많이 하고 계셨습니다.

 

시중에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패키지형 ERP를 온전히 회사의 모든 업무 플로우에 맞게 활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그리 많이 않은게 현실이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분 부분의 커스터마이징 요구도 사실 ERP 공급업체가 순순히 지원해 줄리도 없는 ERP 또는 IT 업계의 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1.3 우리 한달에 과연 얼마나 벌고 있냐?

실무적인 관점에서 회사의 최고 경영자는 전사적으로 구축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이며, 편리하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능들을 지원하는지에 대해 큰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시스템의 구축 이전이나 이후이나 한결 같이 관심을 갖는 분야는 바로 "우리가 얼마나 벌고 있나?"를 보다 빠르게 알고 싶을 뿐입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원가 분석", "손익 분석" 등의 기능이 구현되어야 결국 최고 경영자가 원하는 데이터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인데, 문제는 현재 모든 부서에서 전혀 ERP와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 않는 회사에서 과연 속전 속결로 시스템을 구축한다 하더라도 "원가 분석", "손익 분석" 이 가능할까요? 결론은 전혀 불가능합니다.

 

"원가 분석", "손익 분석" 을 위해 필요한 제반의 데이터들은 결국 회사의 모든 관련 구성원들이 새롭게 구축하는 시스템을 잘 이용하여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을 보면 단순히 시스템 구축에 소요되는 시간 외에도 해당 시스템이 안정화 되고 회사내의 모든 업무에 자연스럽게 화학적으로 접목된 이후라야 최고 경영자가 원하는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지만, 최고 경영자를 포함한 주요 회사의 실무진들은 이 과정이 아주 빠른 시간내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큰 오해를 하고 있었습니다.

2. 구축 제안

모든 관련 부서와의 인터뷰를 통해 주요 업무 분석을 완료한 후 대략 한달 정도의 시간을 들여 최고 경영자에게 보고할 "시스템 구축 제안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2.1 사업목적

사업의 목적으로서 현재까지 분석된 주요 문제점들을 요약하여 제시하고, 본 사업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극복하여 회사의 업무효율을 극대화 하여  궁극적으로 현시점의 매출액의 2배가 넘는 년간 매출 1,000억을 넘기더라도 현재 인원에서의 큰 폭의 충원없이 모든 업무를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회사의 업무 체질" 개선을 최고 경영자에게 제시했습니다.

 

최고 경영자는 제안 발표 초반에 이 말씀을 들으시고나서는 계속 이어진 대략 1시간여의 발표를 끝까지 경청해 주셨습니다. 최고 경영자의 관심을 이끌어내면서 제안 발표회를 시작하는데는 성공했습니다.

2.2 꼭 필요한 것만 구축합시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 회사의 현황은 전사적 혁신과 그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전사적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예산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기에는 이 "전사적"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흔히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을 이해할 때 기업내의 모든 자원에 대한 계획과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ERP의 도입을 현장의 기업들을 매우 꺼려하고 부담스러워 합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현재까지 해오던 거의 모든 업무를 시스템의 틀에 맞게 전면 재편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안발표회에 참석했던 최고 경영자와 모든 임직원들 앞에서 "ERP가 아닌 꼭 필요한 것만 구축합시다!"라고 과감하게 제안을 드렸습니다. 제가 이 회사의 업무를 분석한 결과 "식품개발연구소" -> "구매자재" -> "생산기획 및 관리" -> "영업 및 물류" -> "관리 회계" 부서의 업무만 순차적으로 구축하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면서 그 외의 부서 업무는 현행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 식품개발연구소: 식품개발연구소에서는 결국 이 회사에서 만들어 내는 모든 제품의 기초 데이터가 생성되므로 반드시 개발연구 업무에 필요한 모든 기능이 시스템으로서 구축되고 제공되어야 함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수작업으로 관리해 오던 400여종의 제품에 관한 모든 연구개발 데이터도 시스템 구축 직후 모두 시스템 내로 이관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 구매자재: 구매 및 자재관리를 담당하는 부서에게도 현재 처리하는 업무를 동일한 방식으로 새로 구축하는 시스템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으며, 궁극적으로 시스템 안정화 이후 이 부서에서 사용하던 기존의 패키지 형태의 재고관리 프로그램과 모든 엑셀 문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 생산기획 및 관리: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생산을 실행한 후 그 결과를 관리하는 일련의 생산 관련 활동에서 실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제외한 모든 문서 작업을 새로 구축하는 시스템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구매자재 부서에서 필요한 원/부자재를 채워준다면 생산관련 부서에서는 이를 지침에 맞게 소비해야 하는 역할이었기에 생산관련 부서의 기획 및 관리 업무를 시스템에 반드시 이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영업 및 물류: 이 회사의 생산의 당위성을 확보해야 하는 영업부서와 생산의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공급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물류부서의 업무도 시스템에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영업부서 및 물류부서의 업무 지원 범위는 꼭 필요한 단위 업무로 한정하여 구현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 관리 회계: 현 시점에서 관리 회계 부서에서는 더존i-Cube 기반의 매출 및 비용 데이터와 다른 부서에서 수작업으로 취합하는 재고, 생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가분석 및 손익분석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는데, 저는 더존i-Cube를 그대로 사용하시되 원가분석 및 손익분석 업무를 새로 구축하는 시스템과 더존 i-Cube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제한적으로 기능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안 설명회를 마치자 여러 가지 실무적인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대 부분 이론적으로는 이해하겠으나 지금까지 본인의 경험으로는 구현이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다른 업무가 더 늘어날 것이다. 시스템을 편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안쓰는게 낮다 등의 다양한 비판성 의견들이 주류였던 것 같습니다.

3. 치열한 의견 공방 후 최종 결정

제안 발표를 마치고 거의 2시간여를 실무진들의 이런 저런 질문에 제가 답변하는 형태로 치열한 의견 공방을 벌였습니다. 할 수 있다 vs 할 수 있겠느냐의 싸움이었고 거의 결론이 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자 이 회사 최고 경영자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진행합시다!"

 

대략 20여명의 실무진이 배석한 제안 발표회에서 최고 경영자께서는 찬성 측과 반대측의 의견을 모두 경청하신 후 강한 어조로 말씀하셨고, 이제 부터는 반대 의견을 개진한 사람도 태도를 바꾸어 적극적으로 시스템 구축에 협조해 주길 바란다는 당부도 해주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실무적인 업무를 분석하고 구축 제안 모델을 도출하기 까지 많은 도움을 주셨던 회사의 경영고문님과 정보화 담당팀장님의 도움이 매우 컸었습니다.

 

회의를 마치자 최고 경영자께서 자신의 방으로 저를 초대하시면서 차 한잔 하자고 하셨고 차를 마시면서 저에게 한가지 물어보셨습니다.

 

"우리 회사 직원들 보다 우리 회사 모든 업무를 더 잘 이해하고 계시네요?"

 

지금까지 2~3달의 실무분석 기간 동안 현업의 실무자들이 인터뷰에 능동적으로 임해주셔서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아직 세부적인 업무는 더 배우고 분석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말씀드리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쉬운 프로젝트는 아닐 겁니다. 회사의 문화가 바뀌어야 할테니까요. 어려움이 닥치면 언제든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직원들을 많이 독려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돌아보건데 이때 최고 경영자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시고 과감한 결정을 하시 않으셨다면, 용두사미 형태의 프로젝트로 마무리되었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ERP 구축 프로젝트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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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구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