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실, 이 회사를 처음 방문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이 회사의 여러 가지 업무 중에서 특히 "식품개발연구소"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점을 해결해 달라는 요청 때문이었습니다.
두번째 방문을 통해 식품개발연구소의 연구원들과 허심 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재 이 회사의 식품개발 과정에서 맞닦드리고 있는 문제점들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개인이 가정에서 원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먹는 것과 식품제조회사에서 식품을 개발(제조) 하는 것과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 답은 간단합니다.
개인은 그때 그때 자신의 취양에 맞게 음식을 만들어서 먹으면 그만이지만, 식품제조회사는 개발한 식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여 유통과정을 통해 고객에게 판매해야 하는 부담까지 있기 때문에 식품개발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에 관해서는 정부기관에 의해 식품으로 개발 및 제조되어 유통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균일하고 건강에 위해가 되지 않는 제품이 유지 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엄격한 식품관리제도는 결국 식품개발과정에서 부터 매우 엄격하게 식품개발에 대한 근거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품목제조보고서"라는 서류를 관련 기관에 보고한 이후 부터 유통 및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만들어 냈습니다.
저는 이 블로그에서 식품영양학이나 식품개발에 대한 경험을 다루지 않습니다. 처음 말씀드렸지만 저는 식품영양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IT개발자 입니다.
식품개발연구소 연구원들에게 식품개발 과정 전반에 대한 설명과 그 세부적인 과정속에서 어떠한 점들이 IT기술을 접목하여 해결되었으면 하는가를 여쭈어 보았고 대략 다음과 같은 답변을 요구사항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1. 배합비 및 레시피 관리의 수작업
식품의 개발과정은 "배합"의 연속적인 시도를 통해 원하는 맛을 발견해 나아가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식품개발연구원들 개개인의 지식이나 경험등이 "원재료별 배합비율"로 표면화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만드는 대부분의 제품은 그 제조 과정이 적어도 2, 3차례의 복잡한 배합과정을 거치고 있었습니다. 그저 원재료 다 섞어서 한번에 과자로 만들어 내는 그런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먼저 과자의 주 원료를 가공하는 단계가 있었습니다. 과자의 주 원료를 기름에 튀기거나, 옛날의 뻥튀기와 비슷하게 전문적인 기계의 도움을 받아 부풀리는 등의 과정을 통해 과자의 주 고형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는 과자의 주 원료는 물론 제품에 따라 기름, 소금 등이 일부 추가 조합되어 만들어 집니다.
그러면, 식품개발연구원은 이 과정을 소위 말하는 "배합비" 문서로 정리해야 합니다. 어떤 원재료가 얼만큼 투입되었는지의 목록을 만든다고 보면 될것 같습니다.
문제는 위의 과정을 통해서 제품의 생산이 완료될 수 없다는 점인데, 이는 그 이후의 과정으로써 과자에 향을 더 입힌다거나, 달콤한 액상을 버무린다거나, 설탕물을 버무린다거나 하는 일련의 후공정이 추가적으로 진행되어야 더 맛있는 과자 제품이 만들어 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액상 또는 설탕물과 같이 버무리기 위한 액상 형태의 무엇인가가 존재해야 하는데 이것들 조차 또 다른 워재료들과 물을 섞어서 미리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 자체의 "배합비"가 또 필요하게 됩니다.
위의 예에서 보면 적어도 액상 배합 + 과자 고형배합이 이루어진 이후에 가장 간단한 형태의 과자 반제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사실 고객의 입맛이 갈수록 고급화 되고 있고 또 일부의 제품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맛을 섞어서 하나의 제품(믹스제품)으로 출시하는 경우도 있기때문에 궁극적으로 하나의 과자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배합비 정보는 "다단계"의 형태로 여러 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배합비" 정보가 왜 중요할까요?
우리 정부는 식품의 "품목제조보고"의 과정에서 위에서 말한 "배합비" 정보의 제출을 의무화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식품제조회사의 기밀정보일 수도 있지만,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 정보를 토대로 식품으로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아니면 영양에 위해를 주지 않는 권장량을 준수하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요구할 수 밖에 없는 정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식품개발연구원들은 이 정보를 생성하기 위해 매우 복잡한 수식들을 사용하고 있고,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다단계 배합비"의 경우 특정 원재료의 경우 서로 다른 배합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무엇보다도 각각의 배합으로 한번에 만들어 내는 중량인 "배치"의 크기가 제 각각이기 때문에 결국 엑셀 프로그램에 일련의 수식을 개발하여 이 정보를 생성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바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엑셀 프로그램의 수식은 자칫 잘못하면 틀어질 위험성이 매우 크고, 모든 식품개발연구원이 그 모든 수식을 다 이해하고 있지도 못하고 선배로 부터 입력 방법만을 전수 받아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여러 데이터 오류가 많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업력 30여년의 노하우가 결국 이 배합비의 집합일 것인데, 이 회사의 경우에는 그 동안 만들어 왔던 모든 배합정보가 엑셀 문서 1개에 수백개의 시트를 추가하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이러한 엑셀 문서를 개발자가 더블 클릭하여 열고 실제 작업을 하기까지 2~3분은 족히 걸렸고 그 과정동안 개발자는 그저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제 엑셀 문서 하나 여는데 3분이상 걸리는 문서는 저는 여기서 처음 보았습니다.
2. 사전 제조 원가 산출의 어려움
식품제조회사 경영진들은 식품개발연구원들에서 단순히 앞서 설명한 "배합비" 정보의 생성 또는 개발만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조건 최고의 맛을 갖는 "배합비" 만을 만들어라 하면 보다 쉬울 수 있지만 기업의 입장인지라 가급적 싸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전제가 또 따라 붙을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거의 모든 식품제조회사의 개발연구원들은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과연 이 제품이 생산과정을 거치면 어느 정도의 원가에 만들 수 있는지를 예측해야 하며, 이것을 통상 "사전 제조 원가"라고 칭합니다.
그런데, 주로 식품을 만들기 위해 "배합비" 연구에만 몰두하면 이 정보를 보다 정확히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불가능 합니다. 따라서 식품개발연구원은 가장 기초가 되는 "배합비" 정보를 이용하여 기본적인 원재료의 투입량에 비례하는 재료비를 산출해야 하고, 뒤 이어 해당 제품의 포장을 위한 포장재 디자인을 위한 여러 가지 정보들도 디자인 팀에 추가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또, 배합과 포장에 대한 시뮬레이션 만으로 사전 제조 원가가 정확하게 예측 되지 않습니다. 보다 추가적인 정보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공장의 생산기계를 한달 동안 돌리기 위해 필요한 전기료, LP가스등의 연료비, 관리직/생산직 직원들의 인건비 등을 관련한 회계 기준 또는 회사내의 규칙에 맞게 분산 또는 배포 시켜서 같이 적용해 주어야 비로소 보다 정확한 사전 제조 원가를 도출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부서가 엑셀 프로그램과 더존 i-Cube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부가적인 정보까지 조합하여 최종적으로 경영자가 원하는 정보를 생성하려다 보니, 하루 종일 부서별로 서로의 정보를 문의하고, 답변받고, 확인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식품개발연구원이 정확하고 알차고 스마트한 "배합비" 와 그외 개발에 관련된 지표만 잘 개발하면 그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컴퓨터 화면에 "표시"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한결같은 요구사항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3. 품질 문서 관리의 어려움
앞서 식품개발연구원이 만들어낸 "배합비" 문서 등을 포함하여 식품회사에는 참 여러 가지 문서를 취급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칭하여 "품질문서"라고 칭하겠습니다.
여러 분은 마트에서 과자를 사면 과자 봉지 뒷면을 한번 보신적인 있으신가요? 원재료의 출처와 함량정보, 그리고 주요 영양성분의 함량을 표기하는 영양정보등이 표기되어 있는데, 이들 모두가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정보들이고 결국 식품제조회사 내에서는 이러한 정보들을 여러 가지 형태로 문서화 하여 관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지만 제품의 종류가 수백종에 이르게 되면 이들 제품에 연관되어 생성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문서의 수는 또 다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이러한 수 많은 문서들을 60만원짜리 NAS(Network Attached Storage)를 구비한 후 모든 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게 환경을 구성하여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 보니 제 컴퓨터의 "내 문서" 하위의 파일 수를 검색해 보니 대략 20만개 정도가 나옵니다. 물론 저도 이래 저래 모아둔 문서가 많다보니 이렇게 나오는데 여러 분도 지금 검색해 보면 적지 않은 문서들을 모두 보관하고 계실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특정 시점에 특정 목적을 만족하는 특정한 문서를 찾으려면 과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거기에다 이미 누군가가 그 문서를 열어서 작업을 하고 있다면? 참 머리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회사의 경우 이렇게 원하는 문서를 빨리 찾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아래의 섹션에서 언급한 경우에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4. 정보 공유에서 발생하는 오류
NAS라는 형태의 저장장치는 매우 편리하게 조직 내에서 여러 구성원이 정보를 공유하기에 매우 싸고 좋은 제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 누군가 내가 편집하고자 하는 문서를 이미 편집하고 있다면 일반적으로 저는 그 문서의 편집이 종료되기 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 누군가 꼼꼼하게 디렉토리 구조나 파일이름 명명 규칙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는다면 얼마 안가서 쓰레기통 같이 디렉토리 구조와 파일구조가 뒤죽박죽 됩니다.
- 누군가 문서를 변경한 것 같은데, 그 데이터가 정말 맞는지 안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쁘니까 그냥 그 문서를 그대로 사용해야 합니다.
- 업무의 편의를 위해서 공장이나 본사의 소속직원들이 모두 접근할 수 있도록 인터넷을 연결하여 공유했더니 언젠가 불쑥 랜섬웨어에 감염되어 모든 문서를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 회사에 불만을 가지고 퇴사하려는 직원이 시중에서 7~8만원에 살수 있는 조그마한 USB 메모리 하나를 연결하여 NAS데이터를 통째로 복사해서 데이터를 유출하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고작 30분 미만이었습니다.
위와 같은 데이터 저장 및 관리 측면의 문제를 빼고라도 이 회사는 이러한 문서 관리 체계에 의해 더욱 더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최신화된 정보가 실시간으로 다른 부서에 전파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식품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원이 사장님의 지시로 새로운 맛을 조절하여 "배합비" 또는 "레시피" 의 정보를 일부 변경하고 이것을 메일, 카톡 등의 방법으로 공지했는데 정작 품질부서, 생산부서, 마케팅 부서의 담당자들은 그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해 무려 2달 넘게 예전 데이터를 이용하여 업무를 처리한 사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상과 같이 매우 압축적으로 요약한 몇가지 상황만을 보더라도 식품제조회사에서 식품을 하나 개발하기 위해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한마디로 이야기 해서 "매우 경이롭다" 라는 표현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식품회사전산화의 첫번째 큰 산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뒤 이어 연재할 다른 에피소드에 비하자면 아무것도 아닌것이라는 것을 얼마안가서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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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제조원가 분석 식품의 배합, 레시피, 패키지 및 상품을 구성하면 해당 상품의 사전 제조원가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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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구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