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제조회사 이야기 - 식품제조회사를 처음 접하다.

1. 식품제조회사를 처음 접하다.

지금 부터 3년 반 전 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연히 잘 알고 지내는 IT회사 대표님으로 부터 한 회사를 같이 방문해 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받고 아산지역에 있는 한 회사로 차를 몰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IT업계에서 대략 30년 가량 개발을 주업으로 삼아오고 있었고 그 즈음에 들어 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혼자 개발하고 싶은 분야의 솔루션의 연구와 개발에 집중하고 있었던 때 였습니다.

 

제가 도착한 곳은 지금 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생소한 식품제조회사 였고 주로 스낵류를 제조하여 전국의 유통망에 유통을 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였습니다. 지금 기억하기론 직원수는 대략 100여명이 넘었고, 년간 매출액은 450억  언저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식품제조회사를 처음 접한 저의 첫 느낌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회사 입구 부터 고소하고 달콤한 향이 느껴졌습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무미 건조한 사무실 환경에서 평생 일해왔던 저로서는 생소하지만 나름 괜찮은 경험이었습니다.
  2. 지방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나름 넓은 출하장에 많은 차량과 인원들이 북적대며 분주하게 자신이 맡은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삶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 요즘 식품제조회사는 HACCP 등의 인증 등의 이유로 인해 매우 청결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방문한 공장의 모습은 좀 오래된 건물이어서 그랬는지 좀 어둑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반 다른 제조업의 공장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신축한 별도 건물은 말끔해보였습니다만.

식품제조회사 담당자와 인사를 나누고 조그마한 회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담당자 분께서 회사의 주요 제품군을 친절히 안내해 주셨습니다.

 

주로 스낵류를 제조하는 회사 답게 회사의 주력 제품을 진열해 둔 공간에는 아기자기 하고 얼른 집어서 한번 맛보고 싶은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놀랐던 것은 이 회사가 업력이 무려 30년 가까이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평소 맛있는 식품을 그때 그때 필요한 욕구에 의해 사먹을 줄만 알았지 별로 식품제조회사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고, 한국의 식품제조회사 하면 CJ제일제당, 농심, 풀무원 등등 이러한 대기업의 이미지에만 사로 잡혀 있었던 저에게는 조금은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 아직 한국의 식품제조회사들이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지 하나씩 알게되었습니다.

 

"정말 고생하면서 일하시는 구나...."

2. 생각보다 열악한 사업여건

누구라도 식품제조회사 하면 저와 같이 CJ제일제당, 농심, 풀무원, 빙그레, 해태제과, 크라운, 오뚜기 등등 익히 들어본 대기업만 연상하시는 분들이 많을거 같습니다. 사실 우리가 마트에 가서 그때 그때 사먹고자 하는 제품을 구입할 때 보면 정말 수많은 식품들이 진열대에 가득한데도 정작 이런 제품들을 생산하는 회사는 머릿속에 별로 생각하고 지내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사업이라는게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을 통해서 임직원의 고용등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궁극적으로 부를 계속 불려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저로써는, 식품제조회사 담당자와 대략 2시간의 첫 미팅을 하는 가운데 정말 식품제조회사의 사업여건이 녹록치 않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만난 이 회사의 경우 대략 이익율이 8% 언저리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1,000원짜리 과자제품 한봉지 팔면 이것 때고 저것때고 난 후 최종적으로 80원 정도 남는 꼴로 계산할 수 있겠습니다.

 

티글모아 태산인지라 이것도 매출만 크다면 적은 규모의 수익은 아니겠습니다만, 워낙 잘 나가는 회사들만 매스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는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8%의 이익율은 너무 척박한 사업구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수익율 외에도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가지 사업적 어려움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1 을 중의 을

이런 표현이 적절할 까 모르겠지만, 대기업을 제외한 대 부분의 중소기업규모의 식품제조회사는 정말 "을 중의 을"의 여건에서 사업을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물론 모든 사업에 있어 고객이 최고의 "갑" 이라는 점을 알고 있겠으나 정말 1,000원짜리 과자 만들어서 100여명이 넘은 임직원들을 생계를 보장하고 더 나아가서 회사의 존속을 위해 수익을 내야 하는 식품제조업체의 입장에서는 온갖 유통기회를 어떻게 하든 잡아야 하기에 생각보다 불리한 구조로의 유통계약이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회사의 경우도 매출 구성을 보면 대략 80% 이상의 매출이 PB(Private Brand)제품에서 나오고 있었고 정작 자사 브랜드 라고 할 수 있는 NB(Native Brand) 제품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매우 작았습니다. 그 만큼 PB브랜드 고객사(주로 유통기업 또는 대기업)들의 여러 가지 요구들을 수용하고 그들이 원하는데로 생산 및 공급이 원할하게 이루어져야 회사의 수익이 담보되는 구조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2.2 패널티

고객이 제품을 주문했는데 생산 차질 또는 재고 부족 등의 이유로 제품을 납품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거라고 생각하세요?

 

이 회사의 경우 주요 유통채널과의 계약조건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그 주문량 전량을 향후 무상으로 보상해주어야 한다는 제도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소위 패널티라고 하더군요.

 

사실 조금 놀랬습니다. 

 

이 회사의 경우 대략 취급하는 제품의 종류가 100여가지 이상이었던 것 같은데 즉, "다품종 소량생산"을 할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 규모의 식품제조회사에게 너무 가혹한 유통계약 조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 어느 고객이 어떤 제품을 얼만큼 주문해올까를 예측하기 위해서 대기업들은 여러 가지 IT솔루션들을 구축하기도 하고, 나름 넉넉한 재고를 사전에 확보하기도 하는 등 대응이 가능하지만, 이러한 행위나 대처들이 궁극적으로 다 돈이 필요한 것들임에도 과연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환경에 대비가 가능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좀 억울한 사안들이 많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 회사는 움직이고 활발하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역시 사람이 뜻을 가지고 하면 안되는 일은 없나 봅니다.

2.3 다품종 소량생산

위에 언급했지만 무엇보다도 중소기업 규모의 식품제조회사가 가지고 있는 큰 부담 중 하나는 "다품종 소량생산"에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인것 같았습니다.

 

시장에서 돋보이기 위해 그리고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아 소위 말하는 "히트상품"을 출시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활동이 필요하다는 점은 차제하고라도, 넉넉하지 않은 공장 규모에서 그때 그때 고객의 요구를 맞춰야 하는 이유로 여러 가지 품목을 교체 생산해야 하고, 이러한 교체 생산 과정에서 생산시설의 청소, 교체, 재 설정 등의 복잡 다양한 업무들이 수반된다는 점을 볼때 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깔아야 하는 비용 구조가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혹시라도 작업자 또는 관리자의 실수로 인해 오생산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오롯이 회사의 손실로 바로 이어지는 결함구조가 항상 경영자에게는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여졌습니다.

 

또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는 소위 말하는 원가절감 활동에 큰 걸림돌이 됩니다. 담당자와 이야기는 나누는 과정에서 들은 바로는 "농심"의 경우 국민 간식인 "새우깡"의 경우 그냥 한 공장에서 일년 내내 그 제품만 생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투입되는 원재료도 항상 예상할 수 있을것이고, 대기업이니 만큼 출하되는 평균량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기에 원재료 대량구매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원가절감이 가능한 구조일것입니다.

 

하지만, 제한된 생산라인을 가지고 여러 가지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투입하는 원재료를 대량을 구매할 수도 없고(또, 유통기한의 문제까지 있습니다.), 생산 제품 교쳬에 따른 시간소비 등을 생각하면 도저히 더 이상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품의 수가 많아지다 보니 필요한 원재료의 가짓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에 재고 관리를 효율화 하는것도 더 큰 업무로 다가올 수 밖에 없고, 창고의 확보 등의 부동산적인 문제들도 결국 비용을 점점 늘릴 수 밖에 없는 약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2.4 먼나라 이야기 IT

다양한 제조기업들이 큰 돈을 투자하거나 정부의 지원사업 등을 통해 생산관리시스템 또는 ERP 등을 구축하며 제조분야 디지털화를 가속화 있다고 연일 매스컴에서 뉴스로 나온것이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가 눈으로 확인했던 이 회사의 IT 환경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천하무적 엑셀 : 대부분의 부서(연구개발팀 포함)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필수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프로그램이 엑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물론 엑셀 프로그램 처럼 잘 만들어진 프로그램도 없지만, 오로지 엑셀 프로그램만을 이용하여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는 저에게는 좀 생소한 모습이었습니다.
  2. 어쩔 수 없는 더존: 자재의 재고관리, 회계부서의 전표관리 까지 모두 엑셀을 제외하곤 더존의 i-Cube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업무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매달 수십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계정 구매 조건과 이미 시대가 지나도 한참 지났을 구시대적인 C/S환경(Client & Server) 기반의 프로그램 UI는 AI 뉴스가 세상을 뒤덮고 있느 요즘 시대와는 한참 떨어져있는 다른 세상인것 같았습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동일한 계정을 여러 부서에서 같이 사용하려다 보니 사용시간을 부서별로 지정하여 사용하는 점도 안타까워 보였습니다.
  3. 매출액 450억 규모의 회사에 전산실을 따로 없었고 물론 전산담당인력도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인터넷도 쓰고 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외주업체에 용역을 주어 전반적인 IT인프라를 관리하고 있었지만, 회사 내에 전문 지식을 갖춘 담당직원이 없었기에 항상 외주업체에서 요구하는 견적에 따라 모든 IT인프라를 관리할 수 밖에 없는 한계점도 볼 수 있었습니다.
  4. ERP등을 도입하여 다양한 업무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지 않았겠었냐고 제가 엉뚱한 질문을 드려보니 담당자가 씨익 웃으시면 단 한만디로 답변하시더군요. "식품제조업은 ERP 못써요~~~~" 일반 제조업과 달리 식품제조업의 고유한 특성이 이래 저래 있다보니 다양한 ERP를 도입하려고 노력해보았지만 결국 이 회사의 요구사항을 모두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ERP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 글을 쓰는 큰 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섹션입니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이 회사와 같이 3년간 소위 식품제조회사의 전산화를 이끌면서 경험했던 여러가지 경험담을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3. 결국은 IT, 그리고 경영자의 의지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전 이 회사를 3년 반전에 만났고, 그 3년 반 동안 이 회사와 함께 각 업무영역을 순차적으로 전산화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결국 이 회사의 모든 부서에서 임직원들이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그 시스템을 통해 경영자가 매달 손익분석 내용까지 시스템적으로 보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그리 순탄치 않았고 참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IT기술자의 입장에서 부딪힌 기술적 한계나 문제점 보다는 식품제조회사의 고유한 특성을 버릴 수 없는 현업 부서의 다양한 요구를 분석하고 구현하면서 부딪힐 수 밖에 없었던 에피소드가 너무나 많습니다.

 

다행히 이 회사의 대표님은 많은 연세가 있으셨음에도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고 효율화 하기 위해 큰 결정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결과가 나온것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전산화 때문은 아니겠지만 이 회사는 최근 매출액 규모가 700억 대로 성장했습니다.

 

이어지는 글들을 통해서 이 회사의 전산화를 주도하면서 겪었던 여러가지 사연들을 공유하고 나름 그 개별적인 사연들에 어떤 문제점들과 의미들이 있었는지 기록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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